조르다노 원목마루의 시작, 부르고뉴 폰테인 숲 이야기 (2) 숲을 지키는 사람들
200년의 시간이 흐르는 오크의 숲에는, 그 시간을 함께 살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폰테인(Fontaines) 숲을 37년째 지키고 있는 숲지기 브루노(Bruno). 그는 단순한 산림 관리자가 아니라, 나무와 함께 숨 쉬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진짜 ‘숲의 사람’입니다.
브루노가 매일 걷는 숲은 단순한 자연이 아닙니다. 프랑스 국토의 30%를 차지하는 오크 숲 중에서도 가장 체계적으로 구획·관리되는 지역이자, 조르다노(Listone Giordano)의 마루가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 숲은 국가 산림청(ONF)의 관할 하에 정밀한 계획과 인증을 통해 관리되며, 조르다노는 이 숲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마루 브랜드입니다.
또한 조르다노는 프랑스 현지에 전용 제재소를 두고 있어, 벌목된 오크가 현장에서 바로 제재, 건조, 가공되는 유기적인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산 효율의 논리가 아니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며 오크의 생애 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르다노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순간부터 마루가 되기까지,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며 그 과정을 함께하는 브랜드입니다.
브루노가 관리하는 반경 200km의 구획은 단순한 면적이 아닙니다. 각 구역의 수종, 나무의 나이, 상태, 성장 패턴, 함수율 등을 매일같이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그의 다이어리에는 날씨, 묘목 수, 위치, 건강 상태까지 세세히 적혀 있으며, 이는 이 숲의 또 다른 역사서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지만, 늘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숲은 그냥 두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어야 하죠.”
브루노는 어린 오크들이 위로 자랄 수 있도록 촘촘하게 심어 경쟁을 유도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빛을 향해 곧고 길게 자라난 오크는 밀도 높은 목질을 형성하며, 훗날 고급 마루의 상판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자재로 성장합니다. 이후 그는 일정 시기에 묘목을 솎아내고, 양분의 흐름을 정리하며 숲의 순환을 조율합니다. 자연을 방치하지 않고, 필요한 때에 손을 더하며 생태가 스스로 건강하게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 유기적인 숲의 시스템. 이것이 조르다노가 생각하는 자연과의 협력입니다.
폰테인 숲은 벌목조차도 철저히 계획됩니다. 벌목 전에는 나무 하단과 주변에 오렌지색 마킹이 이중으로 표시되며, 이는 국가 산림청이 이후 감사를 통해 규정대로 이뤄졌는지를 검토하는 단서가 됩니다. 정부가 정한 규정을 개인 소유 숲에도 적용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숲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브루노는 오늘도 톱이나 도끼 대신 연필을 들고 숲을 걷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기록을 다음 세대의 숲지기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숲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자연은 스스로 순환하지만, ‘좋은’ 자연은 설계된 의지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브루노를 통해 배웁니다. 조르다노가 강조하는 “존중(Respect)”이란 단어는 단순히 친환경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을 이해하고, 설계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태도입니다.
조르다노는 단지 나무를 사용해 마루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시간을 디자인하고, 자연을 설계하는 브랜드입니다. 그 시작에는 언제나 이 숲과, 이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프랑스 오크가 왜 특별한지, 그리고 왜 조르다노가 이 숲에서만 오크를 수확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