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다노 원목마루의 시작, 부르고뉴 폰테인 숲 이야기 (1) 프롤로그
지난 출장에서 방문한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폰테인(Fontaines) 숲은 단순한 오크의 원산지를 넘어, 리스토네 조르다노 (Listone Giordano)라는 브랜드의 시작점이자 철학 그 자체였습니다.
조르다노는 단지 아름다운 마루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조르다노는 부르고뉴 폰테인 숲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며, 원산지를 개런티할 수 있는 유일한 원목마루 브랜드입니다. 또한 조르다노는 프랑스 현지에 자체 제재소를 보유하고 있어, 생산 전 과정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원목마루 브랜드입니다.
"어떻게 자연과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200년에 걸친 나무의 생애 속에서 찾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 1. 기다림의 철학 — 오크의 시간
숲을 걷던 중, 프랑스 부르고뉴 폰테인 지역을 총괄하는 디렉터인 다비드 (David)가 했던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오크의 사이클은 200년입니다. 그 시간을 반나절 만에 이해할 수는 없죠.”
프랑스 부르고뉴 폰테인 숲에서 자라는 프랑스산 오크는 1,000년 전 수도승들이 교회 주변을 중심으로 조성한 숲의 유산입니다. 이들은 구역별로 나무를 관리하고, 구획에 번호를 붙여 숲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체계는 지금까지 이어지며, 프랑스 산림청(ONF)과 함께 ‘숲의 미래’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37년간 같은 숲을 돌보고 있는 숲지기 브루노(Bruno)가 있었습니다. 그가 말하길, 좋은 오크가 자라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보호가 아니라, 때로는 ‘경쟁’과 ‘간섭’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린 오크들이 하늘을 보기 위해 키를 키우는 과정은 바로 성장을 위한 긴 시간의 경쟁입니다.
🌲 2. 옹이와 나이테, 그리고 인간의 삶
이 숲에서는 완벽하게 깨끗한 나무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옹이, 나이테, 자연스러운 흔적은 오히려 나무가 살아온 시간의 증거로 받아들여집니다.
실제로 다비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옹이 없는 나무를 찾는 것은, 팔도 다리도 없는 사람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이 말은, 조르다노가 추구하는 존중(Respect)의 미학을 정확하게 드러냅니다.
숲은 사람처럼 살아 있고, 마루는 그 생애를 고스란히 담는 무대입니다. 그래서 조르다노의 제품에는 철저히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 3. 우리가 지켜야 할 진짜 지속 가능성
요즘 누구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조르다노는 그것을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적인 존재 이유로 삼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벌목 없이, 단 한 그루를 베더라도 다음 세대의 씨앗이 준비된 상태에서만 벌목하는 철학. 그리고 자연의 규칙을 존중하고 그것들이 계속 순환되도록 하는 오가닉 시스템.
이 모든 것들이 조르다노가 왜 프랑스 오크만을 고집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숲 견학이 아니었습니다.
200년이라는 시간이 담긴 나무, 그 나무를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철학으로 만들어진 마루.
조르다노는 단지 바닥재가 아니라, 시간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달은 시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폰테인 숲에 담긴 더 깊은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